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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 제이크 베이커 사건
    <시민과 변호사>, 1998년 4월호
  2. 인터넷 보안 - 해커와의 전쟁
    <시민과 변호사>, 1998년 5월호
  3. 에로티시즘과 포르노 - 규제와 자율의 갈림길에서
    <시민과 변호사>, 1998년 6월호
  4. 컴퓨터와 한글 - 우리말 살리기
    <시민과 변호사>, 1998년 7월호
  5. 인터넷 카메라 - 보여주고 싶어요
    <시민과 변호사>, 1998년 8월호
  6. 컴퓨터와 2000년 문제 - 세상 끝날?
    <시민과 변호사>, 1998년 9월호
  7. 인터넷과 한글 - 영어 모르면 문맹?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0월호
  8. 인터넷형 "번지내 투입" - 전자우편과 스팸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2월호
  9. 긴급진단 - 밀레니엄 버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1월호
  10. 인터넷 주소 투기 - 앉으면 주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2월호
  11.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 무일푼으로 사는 세상
    <시민과 변호사>, 1999년 3월호
긴급진단
밀레니엄 버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1월호
이번 호의 주제는 이미 몇 회 전에 다룬 적이 있지만, 발행사의 요청에 따라 다시 한 번 다루었습니다.

 

"서기 2000년."
     시간에 단위를 정하고 그 길이를 재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이지만, 그렇게 경계를 긋고 숫자를 붙인 시간에 속박받는 것 역시 인간이다. 만일 예수가 1백년쯤 늦게 태어났더라면 '2천년'이라는 시기의 컴퓨터 기술수준이 지금과는 다를 것이므로 "밀레니엄 버그"라는 말은 영영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밀레니엄 버그는 1천년을 나타내는 낱말인 '밀레니엄(millennium)'과 컴퓨터에서 오류를 나타내는 낱말인 '버그(bug)'를 이어 만든 용어로서, 컴퓨터에서 연도표시를 둘러싸고 생겨나는 일련의 문제를 가리킨다. 서기 2천년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때문에 "2천년 문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컴퓨터 업계에서는 워낙 약자를 즐겨 쓰다 보니 "Year 2000"을 줄여 "Y2k" 버그라 부르기도 한다.
     연도를 표시할 때 이제까지는 4자리인 연도표시에서 마지막 두 자리만 남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예컨대 1999년이면 그냥 99년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사실 컴퓨터에서는 이런 관행이 유리한 면도 있었다. 저장장치 값이 비쌌던 예전에는 연도표시에서 앞 "19"를 떼어버리고 나면 그만큼 메모리나 디스크 공간을 경제적으로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관행이 오늘날 전세계 인류를 밀레니엄 버그라는 악몽으로 몰아넣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주 작은 곳에서 출발한 사소한 기술적인 문제인 듯하지만, 바로 이처럼 사소하다는 점이 밀레니엄 버그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근본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 예상되지만, 사소해 보이기 때문에 경영자들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정치인들을 설득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2천년 1월 1일이라는 시간은 움직일 수 없이 닥쳐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괜찮았다. 기간을 계산할 때, 예를 들어 88년부터 99년까지는 99-88=11년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2천년이 되면 연도표시가 "00"이 되는데, 컴퓨터는 이를 2천년으로 인식하지 않고 1900년 혹은 존재하지 않는 연도로 인식하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연도로 인식한다면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것이다. 1900년으로 인식한다면 두 연도 사이의 기간은 88-00, 즉 88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만일 1999년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2천년에 연체료 고지서를 받을 때 99년간 연체한 것으로 찍혀 나올지도 모른다. 주민등록표에서도 생년에서 앞 "19"를 떼어버렸으므로 혹시 2천년에 106세가 되는 사람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라는 통지를 받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문제를 두고 밀레니엄 버그라 부르는 것이다.

이제는 초읽기
선진 각국에서는 벌써 4~5년 전부터 이 문제를 눈여겨보기 시작하여 해결책 마련에 나섰는데,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여러 선진국에서조차 2천년을 얼마나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을지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좀더 심각하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해도 어디서부터 해결을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도 커다란 장애요인이다. 무엇보다도, 뒤늦게 해결에 나섰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세계 여러 밀레니엄 버그 관련 평가기관에서 그동안 우리나라를 "위험수준 국가"로 분류하였다가 최근에 "해결가능한 국가"로 등급을 상향조정했다고 하니 그나마 약간은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잘 되고 있겠지 하며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천년까지 남은 시간이 이제 1년,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밀레니엄 버그를 점검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클린턴 정부는 여러 가지 국제적인 활동을 통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 작년 7월에는 미국내 주요 금융가에서 날짜가 1999년 12월에서 2천년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설정하여 모의거래를 실시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뒤이어 유통, 통신, 자동차, 엔지니어링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역시 정부가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연간 2만 명에 달하는 밀레니엄 버그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고, 또 문제 홍보를 위해 "액션 2000"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서 최근에 내놓은 대책은 전시 행동요령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여서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는 현재 60% 이상의 기업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캐나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도 문제해결에 적극적인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 주요 나라에서 밀레니엄 버그 관련 협력기구를 구성해서 이를 또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삼을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즉 밀레니엄 버그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국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리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가 없는 다른 곳으로도 순식간에 파급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무역장벽화 움직임은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기업체들도 2천년을 안전하게 맞이하려면 거래 상대 기업들이 2천년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년 12월에는 국제연합에서도 경제사회이사회 주관으로 2천년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는데, 유엔은 전세계적으로 문제해결에 소용될 비용이 6천억 달러, 2천년 문제로 인한 소송은 1조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의 여파
2천년 문제는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문제이다. 그런 만큼 정확하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최악을 생각한다면 인류 문명의 마비까지도 생각할 수도 있고, 그저 컴퓨터 몇 대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다.
     주요 분야별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부문에서는 전력, 통신, 교통, 가스, 상수도 등 기간산업에 문제가 생긴다면 최악의 경우 전체 산업부문이 마비되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대민업무에서는 출생신고, 취학, 병역, 투표권 등과 관련하여 문제가 벌어질 수 있고, 소유권 이전, 세무 등 문제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천년 2월 29일 출생자의 주민등록번호가 등록되지 않는 문제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국방부문에서는 방위체계와 군사전략 수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고, 미사일의 오동작으로 인해 뜻밖의 극한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국방부에서는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핵경보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이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나면 그로 인한 재앙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금융부문에서는 이자나 배당금 등 계산이 잘못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의료부문에서는 갖가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진료일정, 예를 들어 중요한 수술을 예약했는데도 정작 수술일정표에서는 누락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할 경우, 공공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 혹은 도시 전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셈이 되고, 민간부문에서 문제가 생겨나면 이는 해당 기업이 고객을 유지하느냐 잃느냐, 즉 기업의 생존문제와 직결된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2천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국가로부터 파급되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 때문에 적어도 1∼2년간 경기침체기가 오리라는 견해가 있다.
     밀레니엄 버그는 2천년 1월 1일부터 벌어질 문제만은 아니다. 신용카드 유효기간 등 이미 적지 않은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진행중인 소송 역시 적지 않은데, 유엔에서 1조4천억 달러에 이르리라 추측한 것처럼 앞으로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한국 현황
한국 정부는 1997년 2월부터 한국전산원과 정보통신부 및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문제해결에 나섰는데, 1998년 3월부터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대책협의회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총괄기능은 정보통신부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자치단체는 행정자치부에서, 민간부문은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에서, 금융분야는 한국은행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은 문제가 예상되는 기관에 1998년부터 예산을 배정하여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엇보다도 문제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에 해결을 위한 실무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부투자기관과 기타 공공부문에서는 대체로 문제해결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라 비교적 위험도가 높다. 그리고 대체로 기간산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금융부문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사 등이 공조체제를 이루어, 1999년 상반기까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은 대부분 검증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부문은 대부분 자체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편이어서 다른 분야에 비해 해결이 쉬운 편이라 할 수 있다.
     통신부문은 국가 기간산업이면서도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
     민간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대부분 문제해결에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대체로 자금이 부족한 데다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고, 나아가 1997년 말부터 경제여건마저 급속히 나빠져 밀레니엄 버그가 커다란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에서는 금년부터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한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지원시 우대 가산점을 주고, 문제해결정도를 KS 규격 심사와 금융기관 여신관리에 반영하기로 했는데, 중소기업들이 2천년 문제를 최대한 일찍 해결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가 될 듯하다.
     2천년 1월 1일을 맞이하면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해 두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논이 오가는 것 같지 않다. 세계 각국에서는 국민에게 문제를 인식시키면서도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을 놓고 고민중인데, 어떤 나라에서는 폭동과 약탈에 대비한 계엄령까지도 시나리오에 넣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대중의 불안심리가 작용하면 문제는 실제보다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 문제가 있으리라는 소문이 돈다면 문제가 없는 은행이라 하더라도 예금인출사태로 인해 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차례
  1.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 제이크 베이커 사건
    <시민과 변호사>, 1998년 4월호
  2. 인터넷 보안 - 해커와의 전쟁
    <시민과 변호사>, 1998년 5월호
  3. 에로티시즘과 포르노 - 규제와 자율의 갈림길에서
    <시민과 변호사>, 1998년 6월호
  4. 컴퓨터와 한글 - 우리말 살리기
    <시민과 변호사>, 1998년 7월호
  5. 인터넷 카메라 - 보여주고 싶어요
    <시민과 변호사>, 1998년 8월호
  6. 컴퓨터와 2000년 문제 - 세상 끝날?
    <시민과 변호사>, 199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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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과 변호사>, 1999년 2월호
  11.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 무일푼으로 사는 세상
    <시민과 변호사>, 199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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