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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 제이크 베이커 사건
    <시민과 변호사>, 1998년 4월호
  2. 인터넷 보안 - 해커와의 전쟁
    <시민과 변호사>, 1998년 5월호
  3. 에로티시즘과 포르노 - 규제와 자율의 갈림길에서
    <시민과 변호사>, 1998년 6월호
  4. 컴퓨터와 한글 - 우리말 살리기
    <시민과 변호사>, 1998년 7월호
  5. 인터넷 카메라 - 보여주고 싶어요
    <시민과 변호사>, 1998년 8월호
  6. 컴퓨터와 2000년 문제 - 세상 끝날?
    <시민과 변호사>, 1998년 9월호
  7. 인터넷과 한글 - 영어 모르면 문맹?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0월호
  8. 인터넷형 "번지내 투입" - 전자우편과 스팸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2월호
  9. 긴급진단 - 밀레니엄 버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1월호
  10. 인터넷 주소 투기 - 앉으면 주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2월호
  11.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 무일푼으로 사는 세상
    <시민과 변호사>, 1999년 3월호
컴퓨터와 2000년 문제
세상 끝날?
<시민과 변호사>, 1998년 9월호
"세상 끝날이 다가오고 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전화가 불통된다. 평생 모은 재산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거리마다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1년치 예금 이자가 수십 억원으로 불어난 것을 보고 기뻐 날뛰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상한 일은 자꾸 벌어진다. 어린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동사무소에 가 보니 딸아이 나이가 95세인데 무슨 초등학교냐고 반문한다. 국세청에는 갑자기 날아온 수십 년치 세금 고지서를 들고 항의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기차가 충돌한다."
     소위 "2천 년 버그"에 대해 일부 지나치게 긴장한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과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움직일 것이고 지하철은 계속 다닐 것이다. 날짜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기계는 모두 제대로 동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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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 나열한 걱정 가운데 몇 가지는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는 수도 있고, 재산이 날아갈 가능성도 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아마도 정부기관, 금융업계,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고객을 상대하는 업계일 것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도 회계와 사원관리(예를 들어 근속기간/퇴직금 산정 등) 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2천 년 버그란 무엇일까? 이는 1천을 가리키는 단위인 k(킬로)를 써서 Y2K 버그라고도 불리는데(Year 2k),  뒤에 붙은 버그(bug)라는 말은 원 뜻이 '벌레'이지만 컴퓨터에서는 프로그램이 비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가리킨다. 천년을 나타내는 영어 낱말 millennium을 써서 '밀레니엄 버그'라 부르기도 한다. 2천 년 버그는 1999년 12월 31일에서 2천 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컴퓨터가 날짜계산을 잘못해서 날짜와 관련된 모든 계산이 틀리게 나오는 것을 말한다.
     2천 년 버그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컴퓨터에서 날짜를 저장할 때 앞 두 자리, 즉 "19"를 뗀 나머지만 저장한 데에서 출발한다. 1978년은 78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년도를 계산할 때, 예를 들어 99-98=1(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2천 년이 되면 년도표시가 "00"이 된다. 00-98=-98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까지는 두 자리씩만 계산해도 언제나 나중 년도가 앞 년도보다 숫자가 컸기 때문에 계산결과가 음수인지 양수인지를 생각하지 않은 일도 많았다. 이럴 경우 00-98=98이 된다. 앞에서 말한 수십 년치 세금고지서는 이런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 역시 앞 "19"를 떼어버렸으므로 혹시 2천년에 106세가 되는 사람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라는 통지를 받을지도 모른다.


초기 컴퓨터 시대의 유산
1960년대, 즉 컴퓨터라는 것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 이 시기에는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 데에 비용이 비싸게 먹혔기 때문에 메모리라든가 저장장치 등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치 않았다. 저장용량이 5메가바이트인 하드디스크를 단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개인용 컴퓨터에 그렇게나 용량이 큰 디스크를 달아서 도대체 어디에 쓸까 의아해했다. 요즘 개인용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달려 나오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2기가바이트(5메가바이트의 4백배)인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또 메모리는 요즘 기본으로 32메가바이트를 달지만, 128킬로바이트를 사치로 생각하던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런 사정을 두고 보면 년도표시에서 앞 두 자리를 떼어버린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는 앞 두 자리를 떼어낼 경우 저장공간을 25%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물론 지금이야 심심찮게 2천 년 버그 문제가 보도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만드는 쪽이나 프로그램을 짜는 쪽에서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작업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초기 컴퓨터시대의 관행이 그대로 이어져왔다.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컴퓨터는 2천 년이 되기 전에 퇴화하고 공상과학에서나 보는 미래형 컴퓨터가 등장하리라 믿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대형컴퓨터 거의 전부와, 요금 등 기간별 자료를 다룰 필요가 있는 프로그램 거의 전부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천년왕국이 2천 년 이전에 다가올 것이라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도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전세계가 골치를 썩히고 있고, 해결책이라고 나온 몇 가지도 궁극적인 방안은 되지 못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프로그램마다, 컴퓨터마다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2천 년 문제 다음에는 1만 년이라는 문제가 나타나겠지만, 지질학자나 천문학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로도 무난할 것이다.

한국의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전반적으로 2천 년 문제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고, 설혹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손쓰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보부족인식저조인력부족예산부족
57.7%19.2%17.3%5.8%
컴퓨터 2000년 문제 대응지연사유: 한국정보산업연합회(1998.1)

정부는 1997년 2월부터 정보통신부 및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2천 년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기관이나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공기업에서는 이미 문제해결에 착수했다. 그러나 한국 전체를 볼 때 정부 판단에 따르면 세미나와 설명회 등 홍보활동 덕분에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한다. 2천 년이 되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기업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 앞으로 시간이 16개월 정도 남아 있다. 대기업 가운데 2천 년 작업을 마친 일부 기업은 20~30억 원이라는 비용을 들였다고 한다. 정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산업 전 분야에서 2천 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총 49조7천억 원으로 추산되었지만(전자신문 8월 4일자), 2천 년이 다가올수록 수요-공급이라는 원리에 따라 비용은 점점 더 비싸게 먹힐 것이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천 년 문제에 대한 준비에 드는 비용이 현재 이미 끝난 경우에 비해 그렇지 않은 경우가 10배 정도가 될 것이라 한다.

법률가와 프로그래머의 전성기?
2천 년 문제가 제때에 해결되지 못하면 그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고, 법적인 분쟁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미시건 주에 있는 한 가게에서는 1995년에 구입한 현금등록기가 유효기간이 2천 년 이후인 신용카드를 처리하지 못하자, 현금등록기 회사를 상대로 1만 달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였다. 이 소송은 법정 밖에서 화해로 끝나기는 했지만, 2천 년 문제를 둘러싸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법률분쟁을 예고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법률회사들은 2천 년 문제 전담반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한 준비에 전력을 쏟고 있다. 심지어는 인력의 4분의 1 정도를 이 문제 해결에 전념시키는 경우도 있다.
     프로그래머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국내의 2천 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연인원 72만 명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렇지만 현재 확보된 인력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이제는 사라져가는 구시대의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 전문가들이 2천 년까지 반짝경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듯한 문제로 인해 프로그래머와 법조인들이 사상 유례 없는 호경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년도문제를 해결하려면
네 가지 측면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참으로 2천 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얻어내는 최종결과물은 '자료' 혹은 특정한 '동작'이다. '자료'는 예를 들면 고지서, 증명서, 퇴직금 계산결과 등이며, '동작'은 예를 들어 자동화 공장에서 몇 년 몇 월 며칠에 특정 상품을 몇 개 생산하도록 한다는 등이다.
     컴퓨터에서 날짜에 대한 정보는 다음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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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서 달력 정보가 흐르는 경로

  • 하드웨어
    첫째로, 컴퓨터라는 기계 안에는 날짜를 유지시켜주는 장치가 들어있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날짜를 알 필요가 있을 때에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이 컴퓨터(하드웨어)에게 날짜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 문제가 있는 하드웨어는 날짜를 유지해 주는 장치로부터 날짜를 읽어 소프트웨어에게 "19"라는 앞 두 자리가 없는 자료를 년(2)월(2)일(2)이라는 형식으로 알려준다. 1998년 9월 1일은 "980901"이라는 숫자로 전달되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보여주는 날짜가 1998년 9월 1일이라 되어 있다면 그것은 프로그램에서 일률적으로 "19"를 앞에 붙인 것이다.
         이 문제는 하드웨어상의 문제이므로 비교적 간단하고 값싸게 해결할 수 있다. 문제되는 하드웨어 부품을 최신형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최신형 부품이라 해도 2천 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컴퓨터 전체를 바꾸어야 하므로 비용이 더 많이 든다.

  • 운영체제
    다음은 운영체제(OS)이다. 운영체제는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동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로서, 컴퓨터가 켜져 있는 동안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통괄 관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만일 하드웨어가 날짜를 "19980901"이라는 숫자로 알려주는데도 운영체제에서 이를 "980901"로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운영체제를 최신 것으로 다시 설치해 주어야 한다.

  • 일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에 2천 년 문제가 없다 해도 소프트웨어에서 만일 날짜를 "980901"로만 생각하거나 일률적으로 앞에다 "19"를 붙여버린다면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지 않는 소프트웨어로 바꾸어야 하는데, 지금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비용과 시간이 달라진다. 만일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에서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데에 쓰는 용도라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나 보험 업무처럼 복잡한 일을 처리하도록 맞춤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실 지금까지 시작하지 않았다면 시기를 놓쳤다고까지 볼 수 있다. 2천 년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그 프로그램이 아무 이상 없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검증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 데이터/동작
    다음에는 데이터 문제이다. 프로그램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다른데, 만일 데이터를 저장할 때 년도표시에서 "19"를 빼버렸다면 문제가 커진다. 만일 데이터 양이 적은 데다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그 데이터를 읽어내 고칠 수 있다면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를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 양이 많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읽어낼 수 없는 경우에는 결국 맞춤 프로그램으로 그 데이터를 새 데이터로 바꿔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 데이터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새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즉, 이전 데이터를 고쳐주는 프로그램과, 고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동작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2000년 1월 4일에 자동차 문 손잡이 2천 벌을 생산하도록 해 두었다고 할 때, 컴퓨터가 날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 부품은 절대로 생산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OS,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 네 가지가 모두 해결되어야만 2천 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컴퓨터는 안전할까?
그러면 PC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위 네 가지 방향에서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지만, 날짜를 다루는 자료를 만들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상 큰 문제는 없다. 예를 들어 문서파일이나 그림, 소리, 동영상 등을 다루는 용도로만 쓰는 컴퓨터라면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 매킨토시 기종
    매킨토시 기종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드웨어와 OS 문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매킨토시는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기원전 3081년에서 기원후 29940년까지 다룰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종을 대개 그림작업 위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만일 이 기종으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면 프로그램이 정확히 동작하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2천 년 이전과 이후인 임의 날짜를 입력하여 여러 가지로 시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업체에 물어보면 잘 알려줄 것이다.

  • IBM 계열 PC - 486과 그 이전 기종
    IBM 계열 PC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매킨토시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물론 중·대형 컴퓨터에 비하면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은 편이다.
         486이나 그 이전 컴퓨터는 1백%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컴퓨터 안에서 년도표시를 맡은 부품이 세기 부분과 년도 부분을 따로 관리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 정보는 서로 밀접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99는 00으로 바뀌지만 19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즉 2000년이 아니라 1900년으로 되는 것이다. 어쩌면 1980년이 될 수도 있다. 1980년인 이유는 그 해에 IBM이 PC를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드웨어가 1900년이라고 날짜를 알려주어도 OS 대부분이 1980년을 시간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컴퓨터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간단치 않지만, 비용을 생각해서 여기 소개한다. 컴퓨터 내부에는 마더보드(motherboard)라는 넓다란 기판이 들어 있는데, 이 기판에는 CMOS라는 검은 사각형 칩이 꽂혀 있다. 달력은 이 칩이 담당한다. 대략 길이 5cm, 너비 1.5cm 정도인 이 칩에는 CMOS를 만든 회사 이름이 찍혀 있는데, 다음 중 하나일 것이다 ― BenchMarq, Odin, Twinhead, Dallas Time. 만일 이 칩이 뽑을 수 있도록 꽂혀 있다면 부품 가게에서 최근 칩을 구해 갈아 끼우면 된다. 그러나 386 대부분과 일부 486은 이 칩이 납땜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칩만 교환할 수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 IBM 계열 PC - 586(펜티엄) 이상 기종
    펜티엄인 경우에는 극히 일부 기종을 제외하면 안전하다. 그러나 3년 이상 된 기종이라면 일단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펜티엄급 컴퓨터에서는 달력정보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CMOS 칩을 교환할 필요는 없다. flash ROM이라는 부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CMOS 칩에 들어 있는 내용을 바꿔줄 수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인터넷을 통해 해당 CMOS를 만든 회사로부터 프로그램과 CMOS 내용이 담긴 파일을 전송받아 설치하면 된다. 무료이다.

2천 년 문제 점검방법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유/무료판이 여러 가지 나와 있지만, 그런 것 없이 간단하게 단계별로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CMOS 점검
    1. 윈도우즈 95를 일단 끝내고 도스 상태로 들어간다. 시스템 종료 메뉴에서 "시스템 재시작"을 고른 다음, "Starting Windows 95..."라는 문구가 화면에 나타날 때 'F8' 키를 누르면 된다.

    2. 도스 상태가 되면 다음 명령을 입력한 다음 '엔터' 키를 누른다. 이 명령은 날짜를 1999년 12월 31일로 바꾸라는 뜻이다.

        DATE 1999-12-31

      이어 다음 명령을 입력한 다음 '엔터' 키를 누른다. 이 명령은 시간을 밤 11시 59분으로 바꾸라는 뜻이다.

        TIME 23:59

      CMOS 칩은 이에 따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달력 정보를 수정한다.

    3. 이제 컴퓨터를 끄고 몇 분간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켠다. 1)에서처럼 도스 상태로 들어가서 다음 명령을 입력하고 '엔터' 키를 누른다.

        DATE

    이렇게 하여 표시되는 날짜는 2000-01-01이 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다른 숫자로 되어 있다면 그 컴퓨터의 CMOS 칩은 2천 년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 OS 점검
    이제 OS를 점검할 차례이다. 먼저 날짜를 1999년 12월 31일로 바꾸고, 시간을 밤 11시 59분으로 바꾼다. 그리고는 몇 분간 컴퓨터를 켜둔 채 둔다. 다시 날짜를 확인하여 날짜가 2천 년으로 제대로 넘어갔으면 OS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OS와 관련하여 한 가지 확인할 내용이 더 있다. 바로 윤년이다. 윤년은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른다. 년도 숫자를 4로 나누어 나머지가 없으면 윤년, 그 가운데 100으로 나뉘는 해는 평년, 다시 그 가운데 400으로 나뉘면 윤년이다. 따라서 2000년은 윤년이다.
         도스 창을 열고 날짜를 2000년 2월 29일로 바꿔본다. 오류가 생기면 그 OS는 문제가 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소프트웨어 가운데에는 이런 작은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다. 윈도우즈 3.1이 그 한 예다. 윈도우즈 95는 문제가 없다.

  • 주변기기
    2천 년 1월 1일에 프린터는 이상해지지 않을까? 모뎀은? 키보드는?
         이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변기기도 정상적인 동작을 위해 자체적으로 타이머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날짜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팩스 기능을 갖춘 프린터를 들 수 있겠는데,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서 자동송신하는 기능도 있다면 그 기능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들어가고 나가는 문서에 찍히는 날짜가 틀릴 수도 있다. 이 점은 단독으로 동작하는 팩시밀리도 마찬가지이다.

  • 프로그램
    사실 널리 쓰이고 있는 프로그램은 현재 대부분 2천 년 문제가 해결되어 있는 상태이다. 자신이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으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2천 년 이후 날짜를 입력하여 실험해 보든지, 아니면 제작회사에 연락하도록 한다.

2천 년에 대한 더욱 중요한 준비
자, 이제 내 집과 직장에서 쓰는 컴퓨터가 모두 2천 년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대비가 되었다면, 이제 그밖의 컴퓨터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아래에 적는 몇 가지 내용 가운데 우리 가족에게 해당이 될 만한 내용이 있으면 2천 년 문제에 대한 보험으로 생각하고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 신분증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가지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 여권, 투표통지표 등 신원을 증명해 줄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보관한다.

  • 동산/부동산 소유권에 대한 증명
    주택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 보험계약서, 등기, 차용증, 자동차 등 중요한 동산/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문서를 확보한다. 아울러 보험금과 각종 공과금/세금 납입 영수증, 영수증이 없으면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흔적이 남은 통장을 보관한다. 가능하면 모든 청구서에 대한 영수증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 직장 관련
    소규모 기업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사원 수가 많은 기업이라면 혹시라도 회사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퇴직금을 찾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경력증명을 뗄 수 없어 고민하게 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입사연월일과 근속사항이 표시되는 재직증명서, 인사고과, 급료/보너스 명세, 휴가/병가급여 명세 등에 대한 증명서를 발급받아 보관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에 대한 명세도 보관한다.

  • 금융기관과의 거래
    한국은행에서는 2천 년 문제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결제시스템에 참여시키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8월 19일). 조사 결과 금융업계 가운데에서도 보험부문이 준비정도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68.6% 진행) 나타났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문제해결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기업 생리상 외부인에게는 그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거래 계좌 목록을 만든다. 당좌, 저축, 적금, 대출, 대여금고, 신탁 등 갖가지 계좌가 있을 것이다. 각 계좌에 대한 거래기록을 2천 년이 지나 2천 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 좋다. 대출계좌일 경우에는 완납한 것이라도 자료를 보관한다.
         만일 PC 뱅킹을 이용한다면 PC 뱅킹에 사용하는 내 컴퓨터에는 이상이 없는지를 반드시 점검하도록 한다. 그리고 모든 거래에 대해 서류 기록을 남겨 보관한다. PC를 이용해서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현재 평가를 보험회사측에 서류로 발급해 줄 것을 요구한다. 납입총액과 만일의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액수를 증명하는 중요한 서류가 될 것이다.

  • 투자자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지니고 있는 지분에 대한 증명이 되도록 영수증 등 투자 기록을 서류로 남긴다. 증권투자자는 기업체 연차보고에 포함되는 2천 년 문제에 대한 보고내용을 투자에 참고한다.

  • 신용카드/직불카드
    카드 문제는 아마 가장 일찍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당장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외국에서는 이미 유효기간이 2000년 1월 1일 이후인 신용카드에 문제가 생긴 일이 있었다. 이런 카드를 지닌 사람은 신용카드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현찰이 없으면 카드로 내지, 뭐" 하는 생각이 낭패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해외 여행자는 신용카드 외에 여행자수표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사용액수를 기록하여 나중에 청구액과 대조해 본다. 특히 2천 년 전후 6개월 정도는 반드시 대조해 보아야 한다. 컴퓨터에서는 자그마한 실수도 커다랗게 확대될 수 있다.

  • 진료/의료기록
    병원에서 진료받은 일이 있으면 구체적인 진료기록에 대한 사본을 발급받아 보관한다. 금년부터 내년 말까지 자료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혹시 병원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차후에 진료받을 때 *(자신이 보관해두었던)*이전 진료기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의료장비
    대부분은 문제가 없겠지만, 생명이 달려 있을 때에는 안전이 제일이다.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 장치가 2천 년이 되어도 계속 동작할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의사가 알지 못하면 해당 장비의 제조회사, 제품명, 제품 일련번호를 적어 제작회사에 물어본다.

  • 2천 년이 되기 직전에는
    혹시라도 전기/가스/수도 등 회사가 2천 년이 되기 직전까지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기미가 보이면 난방, 취사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2천 년 1월 1일은 한겨울이다. 휴대용 부탄가스와 가스렌지, 여벌 이불, 난로, 따뜻한 옷, 물, 며칠간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 등도 생각해 봄직하다. 지나치게 주의하는 편이 만의 하나 문제가 있을 때에 당황하는 것보다는 낫다.
         2천 년으로 시간이 바뀌면서 현금지급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적어도 한 주 정도는 쓸 수 있을 만큼 현금을 반드시 준비해 두어야 한다.
차례
  1.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 제이크 베이커 사건
    <시민과 변호사>, 1998년 4월호
  2. 인터넷 보안 - 해커와의 전쟁
    <시민과 변호사>, 1998년 5월호
  3. 에로티시즘과 포르노 - 규제와 자율의 갈림길에서
    <시민과 변호사>, 1998년 6월호
  4. 컴퓨터와 한글 - 우리말 살리기
    <시민과 변호사>, 1998년 7월호
  5. 인터넷 카메라 - 보여주고 싶어요
    <시민과 변호사>, 1998년 8월호
  6. 컴퓨터와 2000년 문제 - 세상 끝날?
    <시민과 변호사>, 1998년 9월호
  7. 인터넷과 한글 - 영어 모르면 문맹?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0월호
  8. 인터넷형 "번지내 투입" - 전자우편과 스팸
    <시민과 변호사>, 1998년 12월호
  9. 긴급진단 - 밀레니엄 버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1월호
  10. 인터넷 주소 투기 - 앉으면 주인?
    <시민과 변호사>, 1999년 2월호
  11.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 무일푼으로 사는 세상
    <시민과 변호사>, 199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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