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후 우리 신체가 살아가는 낯선 삶에 대한, 묘하게 흥미롭고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
사체들은 2천 년 동안 자발적으로 또는 자기도 모르게,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대담한 한 걸음을 떼는 과정에, 또 더없이 기괴한실험에 참여해 왔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기요틴을 처음으로 시험할 때 도움을 주었고, “절단된 머리는 한 순간일망정 자신의 상황을인식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해주었다. 1904년에는 연구자들이 쏘는 총의 과녁이 되어 줌으로써 미 육군이 새 소총을 평가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이들은 NASA의 우주왕복선에 탑승했고, 토리노의 수의가 진품인지를 밝히기 위해 파리의 어느 실험실에서 십자가에 매달렸으며, 이륙 직후 대서양 상공에서 사라진 TWA 800기편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심장이식에서부터 성전환수술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수술기법이 생겨날 때마다 사체들은 외과의사들 곁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토막토막, 조용한 방식으로 의학사를 만들어 왔다.
해부실습실뿐만 아니라, 중세 및 19세기 유럽에서 인간을 재료로 한 의약품, 테네시대학교의 인체부패 연구소 (일명 “시체농장”), 어느 성형수술 실습실, 인간퇴비라는 미래의 무릉도원을 논의한 어느 스칸디나비아 장의사들의 협의회에 이르기까지, 메리 로취는 수 세기에 걸쳐 사체들이 해온 흥미로운 선행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우리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는 우리 신체의 이야기를 로취는 익살스럽고도 독특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